[기록속으로] '2008 김태균'의 그 경이로움

[기록속으로] '2008 김태균'의 그 경이로움

기사입력 2008-06-16 08:47

홈런-타점 1위 김태균 [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홈런(18)-타점(59)-장타율(.689)-OPS(1.115) 1위에 타율은 7위(.337) 출루율 6위(.425)다. 하지만 기록을 좀더 파고들면 더 놀라운 것들이 발견된다.

대전구장의 수혜자?
대전구장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대전구장이 만들어낸 타자가 아니다. 올시즌 김태균은 홈 27경기에서 10개(대전구장 21경기 7개, 청주구장 6경기 3개) 원정 28개에서 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차이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오히려 홈 성적(.308-393-681)보다 원정 성적(.364-455-697)이 더 좋다. 대형구장인 잠실(.302-385-535)과 사직(.353-476-765)에서도 마찬가지로 공포스런 타자다. 우투수(.324-405-683) 좌투수(.379-500-759) 언더핸드(.375-474-625) 등 투수 유형에 따른 편차도 없다.

득점권의 사나이
주자가 없을 때 김태균의 타율은 .293. 하지만 주자가 있으면 .385로 올라가고 주자가 득점권에 있으면 .446로 더 올라간다. 2위 박재홍(.400)에 4푼6리 앞선 압도적인 득점권 타율 1위다. 득점권에서의 장타율 역시 1위(.929). 2위 박재홍(.691)과는 무려 2할이 넘는 차이다. 또한 김태균은 득점권 타율이 전체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109) 유일한 선수다. 10걸 내에 든 다른 9명의 평균은 4푼7리다.

7~9회 타율은 .271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Close & Late(7회 이후 1점 리드, 동점, 대기타석-동점주자) 상황에서의 타율은 .353로 수준급이다. 총루타와 같은 식으로 잔루를 계산할 경우, 가르시아는 203루, 김동주는 171루, 이대호는 158루를 놓쳤지만 김태균은 112루에 불과하다.

55경기에서 59타점을 기록한 김태균이 지금의 페이스로 남은 경기를 전부 출장한다면, 116경기 124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이는 2003년 이승엽(131경기 144타점)과 심정수(133경기 142타점) 2002년 이승엽(133경기 126타점)에 이은 역대 4위 기록이 된다. 하지만 경기당 타점에서는 1.07로 2003년 심정수와 2002년 이승엽을 앞서게 된다. 1.07은 올시즌 메이저리그 타점 1위 조시 해밀턴(67경기 72타점)과 같다.

근접전의 강타자
흔히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고 나서 뒷북을 치는 타자들의 성적을 흔히 '소프트 넘버'라고 부른다. 김태균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동점 상황에서 김태균의 타율은 .353. 동점에서 때려낸 홈런도 5개로 클락과 함께 공동 1위다(가르시아-이대호-김태완-박경수-박재홍 4개). 또한 1점차 리드에서 .364, 2점차 리드에서 .625로 굳히기에 강하며, 1점 뒤진 상황에서 .333로 추격의 선봉장이 됐다.

1점 뒤진 상황에서 날린 동점, 또는 역전홈런은 4개. 역시 가르시아와 함께 공동 1위다. 이를 종합한 2점차 이내에서의 타율은 .359로, 3점차 이상에서의 .301보다 훨씬 좋다. 또한 18개의 홈런 중 12개가 2점차 이내에서 나왔다. 김태균은 9개의 결승타로 박재홍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박재홍이 팀 결승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21%인 반면, 김태균은 26%다(2위 조성환 24%).

진루타율
타자가 팀에 할 수 있는 공헌에는 3가지가 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출루해 팀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것.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태균의 출루율은 .402에 달한다. 두 번째는 나가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김태균이 득점권에서 가장 강한 타자인 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득점과 타점의 중간 부분, 즉 앞선 주자를 진루시키는 데 있다. 김태균은 올시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101번 나서 53번 주자를 진루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루타율은 .525. 100번 이상 경험한 선수 중 6번째로 높다(1위 박경수 .552).

초구
별명이 너무 많아 '김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김태균이지만 '김초구'라 하기는 어렵다. 김태균의 초구 공격 비율은 20.61%, 초구 타율은 .381(3홈런)로 그리 특별하지 않다. 초구 공격 비율이 45.45% 초구 타율이 .513인 나주환, 초구 공격 비율이 34.10% 초구 타율이 .486인 고영민, 초구 공격 비율이 40.82% 초구 타율이 .444인 이대호 같은 '초구의 사나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김태균의 진정한 강점은 초구 이후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내준 이후 성적은 .348-423-629로, 타율-출루율-장타율에서 모두 1위다. 다른 타자들이 대부분 볼카운트 1-0 이후 타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과는 큰 차이다. '내 최고의 무기는 초구 스트라이크'라는 그렉 매덕스의 말은 김태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김태균이 초구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데는 이런 자신감이 있었다.

병살타
진루타보다 타점을 노려야하는 중심타자들에게 많은 병살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김태균이 55경기에서 기록한 병살타는 단 2개로 이용규-이대형과 같다. 특히 이범호가 10개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석민(10개) 브룸바(9개) 박재홍(8개) 김동주(7개) 이대호(5개) 등 다른 4번타자들과도 상당한 차이다.

김형준 generlst@naver.com



아... 그대는 한화의 자랑스러운 4번타자여..ㅇㅇ